[Zero to One] 성공하기 위해선 독점해야 한다

2019/04/21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작년 가을 쯤, 현재도 다니고 있는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서 처음으로 갔던 워크샵에서 대표님이 보여줬던 영상이 있다.

페이팔의 창업자이자 페이스북을 포함한 여러 유망한 회사에 투자한 막대한 자산가, 피터 틸이 우리나라에서 강연을 했던 내용의 방송영상이다. 대표님은 아마도 우리가 회사의 일원으로서 가졌으면 하는 마음가짐이 이와 같은 방향이 었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보여줬던 것 같다. 또한 피터 틸이 쓴 책인 ‘제로 투 원’을 다들 읽어봤으면 한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그렇게 이 책은 우리 회사 필독도서가 되면서 대표님은 언제든지 빌려갈 수 있게 회사에 책을 비치해두셨지만 회사의 일에 적응하는 것, 내 개발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몰두한 나머지 이 책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렇게 인턴이 끝나고 정식으로 입사한지 3 개월 가량 되면서 어느정도 적응을 한 와중에, 요즘 매일 챙겨보는 유튜브 채널인 체인지 그라운드 (이 유튜브 채널은 동기부여가 필요한 분들에게 정말 단비 같은 채널이다.)에서 독서를 하고 서평을 써보는 것을 추천하는 내용의 영상을 보게 되면서 나도 한번 해보고 싶어졌다. 어떤 책을 읽을지 생각을 해보다가 ‘제로 투 원’이 생각났고 바로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Zero to One

이 책은 시작부터 독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한테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내가 겨우겨우 생각해낸 것이 “현재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은 잘못되었다.”였다. 다음 페이지를 읽고나니 내가 생각해낸 답변은 피터 틸이 생각하는 좋지 않은 답변에 딱 맞는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 구체적인 설명도 없을뿐더러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답변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좋은 대답으로 든 예시는 대부분의 사람은 ~라고 믿지만, 진실은 정반대입니다.이다. 특정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남들과 다를 때 이런 대답을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런 사람은 미래 또한 잘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남들과 다른 사람은 ‘다수에게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이 책에선 닷컴버블에 대한 얘기가 자주 등장한다. 그런 것이 있었다고만 알고 큰 관심은 없었는데 알고보니 내가 몸담고 있는 IT 업계에선 꽤 중요했고 ‘닷컴버블’이 ‘닷컴붕괴’로 이어지면서 기업가들에겐 많은 교훈을 남기게 했던 것 같다. 피터 틸은 그 때가 기술에 대한 버블과 무모함이 정점에 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현실을 가장 똑바로 봤던 때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성공적인 미래에 안착하려면 훌륭한 신기술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도 그 때 많이 알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그 훌륭한 신기술들은 수평적 진보(1 에서 n)가 아닌 수직적 진보(0 에서 1)를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로벌화(수평적 진보)가 전 세계의 미래를 결정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기술(수직적 진보)이 더 중요하다. 기술의 변화 없이 앞으로 20년간 중국이 글로벌화를 위해 에너지 생산량을 두배로 늘린다면 대기오염 역시 두배가 될 것이다. ...중략... 자원이 희소한 세상에서 새로운 기술 없이 글로벌화를 계속해나갈 방법은 없다. 위의 문장은 곱씹어 볼수록 정말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내가 받았던 교육에선(대부분도 비슷할 것이지만) 하나같이 글로벌화를 강조해왔는데, 그도 그럴것이 옛날에 우리나란 가난했고 엄청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았다. 서구 문명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빠른 발전이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선 글로벌화가 불가피 했을 것이다. 문제는 글로벌화 속에는 ‘모방’과 ‘경쟁’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이다. 이미 성공한 무언가를 ‘모방’한 주체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살아 남을 방법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뿐이다. 자연스레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이미 검증완료된 성공하는 길을 걷도록 하는 교육을 받아왔고 그 속에서 경쟁을 해야만 했다. 우리는 경쟁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자라왔다. 경쟁 때문에 사람들은 기회가 없는 곳에서 기회라는 환상을 보기도 한다. 이에 피터 틸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지금같은 시대에선 주체가 개인이든 기업이든 경쟁을 최대한 피해야한다고 말한다. 경제학에서는 '완전 경쟁'을 이상적인 상태인 동시에 기본적인 상태로 간주하지만 실제로 자본주의와 경쟁은 서로 상극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축적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완전경쟁 하에서는 경쟁을 통해 모든 이윤이 사라져버린다. 경쟁에서 이겼더라도 그로인해 발생한 비용을 포함해서 따져보면 이윤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완전 경쟁의 반대는 독점이라 말한다. 기업을 예로 들어보면 독점하는 기업이란 시장을 손에 쥐고 있으므로 스스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고 자기 분야에서 너무 뛰어나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이 감히 비슷한 제품조차 내놓지 못하는 기업을 가리킨다. 우리는 기업이 어떤 분야를 독점하는 것은 나쁜 것이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좋지 않는 영향을 준다고 배워왔다. 이렇게 독점이 나쁘게 보이는 이유는 세상이 변할 것이라는 걸 가정하지 않아서라고 피터 틸은 말한다. 물론 나쁜 독점이 있을 수 있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독점을 할 수 없을 뿐더러 금방 대체되기 마련이다. 또한 좋은 독점 기업은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기업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진보를 해온 역사를 살펴보면 곧 더 나은 독점기업이 전임자의 자리를 대신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는 점을 들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독점 기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맨 처음에 던졌던 질문인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한테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을 비즈니스에 적용한다면 이렇게 된다. 정말 가치 있는 기업인데 남들이 세우지 않는 회사는 무엇입니까? 이에 대한 훌륭한 답변을 토대로 세워진 기업이 곧 독점 기업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 가치는 계속 유지할 수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마지막에 미래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닌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0에서 1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단순히 지금과 다른 미래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책을 읽고 난 후

나 또한 남들이 걸어온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그런 사람들 보단 미래가 더 좋게 바뀌길 바라곤 했다. 이 책은 그런 나를 꾸짖기라도 하듯 많은 문장들이 내 마음 속에 알알이 박혔다. 비단 기업가들 뿐만 아니라 더 나은 미래에 살고 싶은 누군가가 알았으면 하는 점들을 꽤 알차게 담았다고 생각하고 나로써는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좀 신기한건 우리 회사 대표님께 물어보고 싶은 점이 잔뜩 생겼다.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책의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정말 궁금했다. 감사하게도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말에 흔쾌히 승낙해주셨고 이 글을 마무리하면 대표님께 물어보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 볼 예정이다.

처음으로 책을 읽고 서평을 써봤는데 보기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엄청 고되었다. 어떤 방식으로 써야하는지도 감이 안왔고 책 내용을 최대한 간결하게 많이 담아보고자 처음부터 다시 책을 읽어보며 요약 문장들을 준비했었는데 막상 서평을 쓸 때는 요약문장을 보기보단 책을 펼쳐 놓고 부분부분 다시 읽어가면서 썼다. 하지만 서평을 쓰는 과정속에서 내용을 다시 곱씹게 돼 더욱 소화(?)가 잘 된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도 책을 읽고나면 서평은 최대한 쓰려고 노력해야겠다.


delivan
Written by@delivan
배운 것을 코드와 글로 기록합니다.

GitHubTwitterFacebookBrunch